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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2008/01/16 01:05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다소 난해한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2003년도쯤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 대해서 2007년에 처음으로 그 이름을 들었고
그로부터 또 일년이나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어떤 영화인지 접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작은 탁자위에 떡볶이며 순대며 튀김에 말랑한 귤을 잔뜩 올려놓고
맥주를 홀짝이며 보았다.
내가 영화감상을 하는 스타일은 절대 이런 식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이런 꼴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중에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들이란..... ㅡ,.ㅡ
어쨌든.....
그래도 나에게는 꽤 기대가 큰 영화였는데, 감상하는 태도가 불량해서 그랬는지
영화를 보면서도,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도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했잖아... 그런데 왜 헤어졌데? 하긴.. 좀 무리하기는 했던 것 같아......
그냥 이런 정도의 느낌 뿐.
다리가 너무 불편해서 세상 바깥을 본 적도 없는 소녀 조제.
그녀에게 가족이란 그녀의 할머니 하나 뿐이지만 그 할머니마저
장애를 가진 손녀를 너무나 창피하게 여기기 때문에
외출을 하고 싶어하는 손녀를 이른 아침, 인적이 드문 시간을 골라 유모차에 태운 채
담요로 꽁꽁 싸매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 뿐이다.
그렇게 세상에서 격리된 채 조제는 살아가지만,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할머니의 사고방식이 실은 조제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할머니 나름대로의 사랑이라는 걸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조제가 츠네오를 만나고(츠네오 맞나?)
서로에게 감정의 이끌림을 느끼는걸 보면서도
나는 관객으로서 기쁜 마음보다는 에휴, 쟤네들 이제 어쩌려고... 하는
답답한 마음만 더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세상과 격리될 수 밖에 없는 장애를 가진 소녀와
이 여자, 저 여자 쉽게 만나고, 쉽게 사랑하는 잘 생긴 한량이 만나서
예쁜 사랑을 만들어간다.........
이런걸 기대했다면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내내 그 두 주인공 사이에는 뭔지 알 수 없는 묘한 긴장이
가로놓여졌던 것 같다.
언젠간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조제가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강' 이라는 책의 속편.
츠네오의 노력으로 마침내 그 책을 손에 넣은 조제가 츠네오에게 읽어주기라도 하는 듯
읆조리는 내용에서...
그걸 읽는 조제와 츠네오의 담담한 표정이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우리는 언젠가 헤어지게 될 거라는걸 다 알고 있다는 듯 한 두 사람의 그 표정 때문에
마음이 많이 짠~ 했었다.
그렇게 조제와 츠네오는 사랑을 하고 여행을 다녀와서 헤어져 버린다.
잠시 놀러왔던 친구 집을 떠나듯 아무렇지도 않게 집을 나서는 츠네오에게
조제 역시 아무렇지도 않게 이 책 선물로 줄까? 하면서 도색잡지를 내민다.
츠네오 말로는 꽤 담백한 이별이었다고 했는데....
솔직히 나는, 조제 집을 나선 츠네오가 조제의 집 앞에서 기다리던 카나에를 만나
밝게 웃으며 길을 갈 때 하... 저 개새끼봐라~ 하는 심정이었다.
개새끼, 사람을 부숴놓고도 참 담백했겠다... 하는 생각.
그런데.....
츠네오는 조제와 이별하고 나온 길목에서 만난 카나에와 기분 좋은 듯 히히덕 거리며 걷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너무나 서럽게 운다. 나는 깜짝 놀랐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울게 만들었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휠체어를 하나 사야겠어 하는 츠네오의 말에 네가 업고 다니면 되잖아 하는 대답을
했을만큼, 평생을 츠네오의 등에 매달려 지낼 것 같았던 조제는
이제 혼자서 장을 볼 수 있고, 쓰레기를 버리러 멀리까지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런 조제의 모습은
츠네오를 만나기 전, 바깥 세상을 갈구하던 조제의 모습이 아니라
더욱 더 높고 두터운 담을 둘러쳐서 세상과 격리되어 있는 모습으로 보여졌다.
커다란 호랑이를 앞에 두고 무섭다며 바들바들 떨던 조제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 속상해지는 영화다.
조제는 다시 헤엄쳐 나올 수 있을런지.
ps..
조제는 고아원에서 조금 살다가 도망쳐 나왔는데... 그 할머니는 어떻게 된거야 ㅡ,.ㅡ
이 의문점 풀어주시는 분께 후사하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