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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전 거 :: 2007/05/04 00:05

그 애는 아아~ 악~ 하는 톤이 높은 작은 비명을 내지르며 아슬아슬 자전거를 몰아가고 있었다.

그 애가 올라탄 자전거를 단단히 붙잡은 채 함께 뒤따라 달렸던 나는,

그 애가 내 발소리를 듣고 안심할 수 있도록 자전거에서 손을 놓고도 한동안 함께 달렸었다.

그러다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달리는 걸 멈추고

이제 천천히 걸으며 그 애의 모습을 지켜보는 중이다.

내가 없어도 그 애는 넘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애는 내 발소리가 들리지않자  내가 손을 놓은 것을 알아버렸는지,

아악~! 벌써 놓으면 어떻게 해~ 하는 엄살을 부렸다.

그런 엄살을 부릴 때 그 애의 자전거는 한 번 크게 휘청거렸지만

곧 중심을 잡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나는 그 애의 모습을 지켜보며 웃음을 짓고 있는 중이다.

잘한다. 잘 해..하는 마음속의 응원을 하면서.

그래도 그 애는 여전히 엄마~! 엄마~ 하는 애교 섞인 비명을 질러대며 비틀비틀 나아가고 있다.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습이지만

그 애의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고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내 주위를 움직이고 있다.

소리를 지르는 그 애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 애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가쁜 숨을 천천히 고르며 미소를 짓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온통 흔들어 놓았던 그 애의 미소가,

지금 그 애와 나 사이에 가로놓인 이 공간에 향기처럼 잔잔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 애와 내가 함께 보낸 시간 동안 내가 단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는 그 애의 미소는

이제 그렇게 서서히 옅어지는 것 같아서 나는 몹시 마음이 아팠다.


그 애의 자전거가 내 주위를 돌아오면서 그 애의 눈에 내 모습이 들어왔나 보다.

그 애는 왼 손을 번쩍 들어올려 나에게 인사처럼 크게 흔들었다가

한 순간 기우뚱 하는 자전거 때문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재빠르게 자전거의 손잡이를 움켜쥔다.

여전히 내 주위를 천천히 선회하는 그 애의 자전거.

그 애가 움직이는 것에 맞춰서 나도 함께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중이다.


나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마음이 아파왔지만

가능하다면 그 애 앞에서는 따뜻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지금은 그 애의 자전거가 나와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애가 내 얼굴을 보더라도

내 표정까지는 읽을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안심했다.

지금의 내 표정은 억지로 울음을 참느라 보기 싫게 일그러져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와아~! 이것 봐, 나 안 넘어지고 잘 가지~! 하고 그 애는 신이 난 듯 소리친다.

그래.. 하고 나는 따뜻한 표정으로 나즈막히 말했다. 그래...그렇게..항상 밝게 웃어줘.

하지만 내 목소리는 그 애에게 닿지 않을 것이다.


뭐라고? 잘 안 들려. 아악~! 엄마야.

그 애는 연신 떠들어대며 신나 했다. 뭐해~! 언능 일루 와~! 하면서.

항상 그렇게 즐겁고,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고, 슬퍼하지 말고, 아파하지 말고...

내가 그런 기도문 같은 혼잣말을 하는 동안에도

그 애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향해 비틀비틀 자전거를 몰아왔다.


엄마~나 못서겠어. 어떻게 해~ 엄마야~! 그 애는 여전히 엄살을 부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 애가 탄 자전거가 나를 향해 똑바로 오고 있다.

비틀거리고 흔들리지만 처음과 다르게 이제는 제법 자세가 안정되어있다.

한 손을 들어올려 나에게 손을 흔들어줘도 그 애가 탄 자전거는 이제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 애가 예쁘게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한 손으로도 안정된 자세로 자전거를 몰고 있다.

바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말..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그때까지 끼고 있던 팔짱을 풀어 나에게 다가오는 그 애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

연신 엄마야 어떻게 해 하는 엄살을 부리고 있지만 그 애는 지금 내가 앞에 있기 때문에

이 무서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다가오는 그 애를 향해 나도 그 애에게 천천히 나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애에게 다가감에 따라 그 애의 미소와 웃음과 예쁜 눈망울이

점점 더 크게 나에게 다가온다.


그 애의 자전거는 빠르지 않았다.

그 애가 내 곁을 스쳐 지나려 할 때 나는 손을 뻗어 그 애의 팔을 잡았다.

나에게 팔을 붙잡혔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은 그 애는

어맛~! 하며 놀라는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쓰려졌다.

하지만 나는 그 애가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지 않도록 내 팔로 그 애를 감싸 안으며

자전거를 멈춰 세웠다.

그 애는 내 품 안에서 깔깔 거리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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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4 00:05 2007/05/0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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