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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련한 느낌... Ico :: 2008/09/04 00:42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만큼..
 
그리고 음악이나 만화책을 좋아하는 만큼 게임 역시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라는것이

2차 세계 대전, 총알이 빗발치는 해안을 미친듯이 내달려야 하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중간계에 갖힌 채 엄청시리 큰 칼을 마구 휘두르며 괴물들을 도륙해 핏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나

아니면 굉음을 내며 초고속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를 운전하는것이 전부였는데..


어느날은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련한 느낌을 주는 게임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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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이코)'라는 게임.

질주하는 자동차나, 흉칙한 이빨을 드러낸 괴물이 등장하지 않는데도 나를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사실 이 게임은 나에게 좀 특별한 게임이다.
 
왜냐하면 이 게임이 없었다면 나는 Play Station 이라는 게임기를 사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오직 컴퓨터로만 할 수 있는 게임만 해오다가 '이코' 덕분에 또 새로운 게임의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할까... (뭐 자랑은 아닌 것 같지만 ^^ )

어쨌든, 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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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의 곳곳에 놓여진 돌의자에 나란히 앉으면 게임이 저장되는 방식>




이 게임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은
 
이코를 두고 몽환적인 게임, 서정적인 게임, 동화같은 분위기의 게임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느낌들 외에도 처음에 한 번 언급했듯이, 마음이 먹먹해질 정도로 아련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버려졌다.

내가 어렸을 때는 내 머리에 돋아난 두 개의 뿔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었다.

어른들은 나를 다른 아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아껴주고 사랑했고 어디에서든지 나를 지키주고 보호해줬다.

하지만 나를 향한 어른들의 아낌없는 사랑은 내가 아닌 내 뿔에게 향한 것이라는걸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내 몸이 자라나는것과 함께 내 머리의 뿔도 점점 자라났고..그리고.. 나는 버려졌다.

나에게 뿔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과 달랐기 때문에..그래서 나는 버려진 것 같다.

라는... 느낌으로 시작되는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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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뿔이 난 소년 이코는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이끌려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어떤 커다란 성에 버려진 채 갖혀버린다.

그런데 이코가 갖히고 조금 지나서 아주 우연히 갖혀있던 골방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그 커다란 성에 혼자 버려졌다고 생각한 이코.

혹시 이 성을 빠져나갈 길은 없을까 여기 저기 해메다가 한 소녀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함께 성을 빠져나갈 길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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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이코'라는 게임은 단순한 탈출 어드밴처 게임인 것 같지만

이 게임이 갖고 있는 매력은 주인공과 동행하는 소녀에게 있다.

요르다..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다 ~ ) 는 이코에게 이끌려 함께 걷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두면 악령들이 달려들어 그녀를 어둠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나는 그녀와 함께 이 성에서 무사히 탈출하기 위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넓은 성을 헤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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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고 함께 걷는다' 라는건 무척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게임에서 그녀와 손을 잡고 있으면 내 손에 쥐고 있는 게임패드에서 두근 두근 하는 진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게임 속 요르다의 심장박동이 게임패드를 타고 나에게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내게 손을 잡힌 채 따라오다가 간혹 내 걸음을 따라오지 못하고 넘어져 버리는 요르다라는 소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보살피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연약한 소녀를 나는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이 게임은 오타쿠 게임이라는 오해까지 사고 있다. 쿠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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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린 소녀를 지키면서 목숨을 건 모험을 한다' 라는.. 지극히 오타쿠적 로망에 충실한 게임인 '이코'는

게임의 종반에 소녀와 한 번 헤어지게 된다.

고작 게임일 뿐인데도  그 장면이 마음 싸하게 아파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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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에게 끌려갈까봐 소녀의 꼭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소녀가 넘어질까봐 그녀의 손을 잡아 끌며 달리지도 못한 채 오랫동안 느릿느릿 헤매기만 하다가

결국은 마음 아픈 게임의 앤딩을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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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려면 적어도 두 번 이상은 플레이를 해봐야 한다고 하던데

나는 첫번째 플레이의 후유증이 제법 크게 남아서 아직 두 번째 플레이를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이코2 라고 불리는 '완다와 거상'까지 일년 넘게 포장 비닐도 벗기지 못하고 있다.


이 게임은 크게 인기를 끌어서 소설로까지 각색되어 출판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내에도 '이코'의 아성에 걸맞게 그 소설이 번역되어 출판이 되었다.

그 책을 읽어보고 내 마음이 추스려 진다면,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게임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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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다와 이코. 의자에 앉아 잠이 들어있는 이 순간을 나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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