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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손에 담아낸 따뜻한 기적, 월-E :: 2009/02/07 23:42

몇 해 전에 나는 이런 만화를 본 적 있다.

누구의 작품인지는 아직도 모르지만,
담담한 그림체의 이 만화를 처음 보고서 꽤 큰 충격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는 인류의 멸망은 지구의 멸망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던 저 만화에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요 며칠전에 보았던 명작 애니메이션 영화 '월-E' 역시 저 만화와 같은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는 만화에서 처럼 인류가 깨끗하고 깔끔하게 멸망한 것이 아니라
발달할대로 발달한 인류가 문명의 부산물인 쓰레기 더미를 피하지 못하고
우주로 도망쳐 버렸지만 말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남, 더러워서 피하지... 라는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며
지구 재건 계획을 세우고 지구가 다시 깨끗해지기를 바라며 우주로 나간 인류는
거대 우주선안에서의 평화롭고 아늑한 생활을 자손대대로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긴 세월동안의 평안함에 인류는 어머니별 지구를 점점 잊어가고 있었다.
지구를 뒤덮은 엄청난 쓰레기 더미만 남은 텅 빈 지구에서 작은 청소로봇 월-e는
인간이 지구를 떠나던 날부터 수백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묵묵히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던 작은 로봇 월-e는 그래도 역시 로봇의 본분을 다해
모으고-압축하고-버린다 라는 세 가지 규칙을 무한정 반복하고 있던 중이었다.

단조로운 패턴만 반복하던 월-e.
그러나 터프한 미녀로봇 '이바'가 나타나고 모든것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바의 관심을 끌려는 월-e.
그리고 청소로봇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이바.
하지만 서로 다른 시스템의 두 로봇이었지만 서로 호환되는 프로토콜이라도 있었던 듯
두 로봇은 마침내 딱딱한 금속으로 된 차가운 손을 맞잡게 된다.
아무런 희망이 없던 지구에 두 번째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월-e와 이바.
우아한 실수가 어두운 동굴을 밝힌다는 말을 떠올리게했던 멋진 영화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