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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와의 드라이브 :: 2007/05/22 19:33
벨트 매.. 하고 다소 무뚝뚝한 말투로 그 애가 자신의 몸을 안전벨트로 고정시키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못들은 척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애에게 조금 화가 나 있었다.
차의 시동을 걸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낸 그 애가 벨트를 매야 출발하지 하는 말을
잔소리처럼 할 때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시큰둥했던 나였다.
그 애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애의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애의 시선이 나의 얼굴에 머문다.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오늘은 꽤 오랫동안 눈썹을 정돈했고, 속눈썹이 길어 보이게 한다는 마스카라로 몇 번이나
나의 속눈썹을 문지르며 화장을 했다. 게다가 그 애에게 예뻐보이기 위해 뺨에 연한 볼터치까지 했다.
오늘은 그 애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 애도 나를 예쁘게 봐줄거라고 믿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그 애가 나를 바라본다는 사실이 나의 모습을 초라하게 느껴지게 했다.
그래도 그 애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 애의 시선이 나의 눈썹에서, 뺨으로, 내 콧날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
나는 숨이 가빠온다.
그래서 나는,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걸 들키지 않으려고 여전히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이거 원...하면서 난처하다는 말투로 혼잣말을 하는 그 애는
딸깍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있던 안전벨트를 다시 풀어내었다.
그 애가 다시 힘주어 들어올리는 사이드 브레이크가 까드드득 하는 소리를 낸다.
그 애는 아무렇지도 않게 상체를 내 쪽으로 쑥 내밀어
왼손으로 내가 앉아있는 조수석의 안전벨트 끝을 잡았다.
갑작스런 그 행동에 깜짝 놀란 나는, 흐으으읍 하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좌석 깊숙히 몸을 파뭍었다.
나의 왼쪽 어깨에 그 애의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손이 얹혀져 있다.
그리고 나의 눈 앞으로 남성 특유의 순한 스킨 내음과 함께 그 애의 옆얼굴이 크게 다가왔다.
숨쉬기 어려울만큼 너무 가까운 그 애의 옆얼굴.
푸르스름한 면도자국이 있는 그 애의 얼굴에 용케 칼날을 피해 살아남은 짧은 수염이 한 가닥 솟아있다.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터질 듯 요동침을 느꼈다.
하지만 그 부끄러운 사실을 그 애에게 들키기 싫어서 두 주먹을 꼭 쥐고 숨을 참았다.
그렇지만 숨을 쉬지 않고 있어도 그 애의 체취가 나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 애로 인해 얼어있던 마음이 풀리는 기분이다. 나는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그 애는 잡아당긴 벨트를 오른손에 쥔 클립에 고정시켰다.
딸깍 하는 소리가 나며 벨트가 고정되자
그 애는 벨트가 너무 조이지는 않은지 손에 힘을 넣어 조금 당겨본다.
비로소 그 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와 함께 그 애의 체취도 나에게서 사그라지듯 녹아 없어진다.
꼭 이래야겠어? 어린애같이... 가볍게 꾸중하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리는 그 애.
이젠 자기의 몸에 벨트를 채우는 그 애의 목소리에 나는 아득한 기분에서 풀려났다.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